퀼트 quilt 향기

조각보에 빠지다.

amishstudy 2023. 8. 13. 22:03

북촌 한옥 마을 오르막길을 걷다가 수림채단의 쇼윈도에 장식된 작은 퀼트를 발견하였다.

화려하지 않은 색상의 더블 웨딩링 패턴과 흡사해 보였다.

여쭤보고서야 퀼트가 아닌 우리의 전통 조각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검색을 통하여 여의주문보 如意珠紋褓 라는 것도 알아냈다.

우리의 조각보에 관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북촌 한옥마을 수림채단 쇼윈도위에서 본 조각보

 

지난 주 서울 공예 박물관과 인사동 통인 화랑에 들러 보자기/조각보 전시 작품을 감상하였다.

먼저 서울 공예 박물관 전시 3동 사전가 직물관에서 보자기 할아버지사전가 絲田家 허동화 님께서

일생을 바친 보자기 사랑과 수집작품의 기증 등 보자기/조각보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보존하는데 헌신한 큰 뜻에 감동하며 귀중한 보자기와 조각보를 빠짐없이 살펴보았다.

 

사전가 허동화 ,  아향 박영숙 내외의 흉상 ,  서울 공예 박물관

 

 

바느질을 하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다양한 바느질 도구와 노리개 같은 장신구를 만들었다. 이는 남은 천을 알뜰히 이용한다는 면도 있지만 정성을 모아 복을 구하고자 하는 염원도 담고 있다. 그래서 어린이의 색동저고리나 깃과 섶을 조각천으로 꾸며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였다. 자투리 천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로 조각보를 들 수 있다. 조각보는 자투리라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가지각색의 조각을 모아 재탄생시킨 새로운 조형 작품이다.
-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 서울공예박물관

 

 

 

 

 

 

우리 규방 문화: 한국의 아름다운 조각보 이 열리고 있는 인사동 통인 화랑으로 갔다.

폐막 사흘 전이라는 것을 미리 알게 된 것은 우연찮은 나의 행운이었다.

크지 않은 전시장, 늦은 오후 시간, 많지 않은 관람객,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음은 또한 절호였다.

 

 

‘우리 규방 문화: 한국의 아름다운 조각보 展’ 도록 내지 사진

 

천 조각을 이어간다는 것은 장수를 축원 祝願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조각보는 은은함과 강렬함, 단아함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화사하고 절묘한 구성은 조선 여인들의 감각이 순수한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 통인 화랑 대표 이계선, ‘우리 규방 문화: 한국의 아름다운 조각보 展’ 도록 인사 글에서 -

 

 

 

 

 

 

 

 

이번 ‘우리 규방 문화: 한국의 아름다운 조각보 展’에 전시되는 조각보들은 주로 100년 넘는 오래된 천 조각을 솜씨 좋은 이순동 명인(충남무형문화제 44호 서천 침선장 보유자)이 수십 년 전 완성한 작품이다.
- 전시회 소개 기사, 매일경제 2023년 7월 17일자 문화면 -


 

 

 

 

 

 

작품을 돌아보는 동안 갖게 된 두 가지 궁금증에 관하여 전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었다.

첫째, 조각보에는 정형화된 문양, 패턴이 없는가?

 

둘째, 조각보마다 한가운데 보이는 다양한 모양의 매듭은 무엇인가?

 

이를 '박쥐' 또는 '박쥐 매듭'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유래와 용도에 관한 보다 깊은 이해는 나의 숙제로 남겼다. 

 

 

조각보를 감상하는 내내 아미쉬 퀼트가 아른거렸다. 

조각보 문양과 흡사한 기본 패턴의 퀼트들이 앞다투어 떠올랐다. 

 

center square
square in square
center square and bars
center bars
diamond in square
roman strip
sunshine and shadow
nine- patch
classic log cabin
double wedding ring
granny square
crazy

 

조각보와 퀼트
옷 만들기를 비롯한 조각보, 규방 공예 등의 형태로 바느질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 있었지만, 서양에도 '퀼트'라는 바느질이 있다. 바느질을 통해 각종 실생활에 필요한 생활소품을 만든다는 것, 그리고 바느질의 기법이나 과정도 한국의 조각보와 비슷하다.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이용한 점도 서양의 퀼트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소재적인 측면에서 조각보는 모시나 비단, 삼베 등 한국적인 원단을 사용한다. 반면 퀼트는 면 소재를 주로 이용하며 누비처럼 솜을 덧대기도 하고 각종 부자재를 쓰기도 한다. 퀼트가 하나의 도안으로 계획하에 정확하게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면 조각보는 도안이 없이 소유한 자투리 원단으로 비 계획적으로 만든다. 때문에 조각보의 문양과 색채는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 구본숙 미술평론가 수필가, 기고문 ‘한국의 조각보와 서양의 퀼트’에서, 충북일보 2020년 11월 18일자 -

 

펜실베이니아에서 아미쉬 퀼트에 매료된 이상한 남정네가

고국에 돌아와 우리네 조각보의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우리의 조각보와 아미쉬 퀼트의 서로 같고 다른 점을 깊이있게 살펴보고 싶다.